민수기 35장 “도피성으로”
2026년 7월 4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민수기 35장 “도피성으로” 찬송가 380, 382장
어제 읽은 민수기 34장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건너가 살 가나안 땅의 경계를 그으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기록합니다. 거기서 모든 지파가 차별 없이 맡은 바 자리를 지키는 것이 주님 백성의 삶입니다. 하나님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스라엘의 삶을 위한 구체적인 제도들을 마련하십니다.
먼저 민수기 35장 2~3절 함께 읽겠습니다.
2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령하여 그들이 받은 기업에서 레위인에게 거주할 성읍들을 주게 하고 너희는 또 그 성읍들을 두르고 있는 초장을 레위인에게 주어서 3 성읍은 그들의 거처가 되게 하고 초장은 그들의 재산인 가축과 짐승들을 둘 곳이 되게 할 것이라
이미 땅을 분배받는 다른 본문에서 확인했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열두 지파에게 가나안에서 살 땅을 나누어 주십니다. 하지만 레위 지파는 제외입니다. 그들은 농사짓지 않고 성전에서 주님의 일을 맡아 섬깁니다. 한곳에 모여 살지 않고, 각 지파의 성읍 가운데 흩어져 지냈습니다. 막연히 그래야 한다는 의무감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단호한 명령입니다.
그런데 여기는 깊은 의미가 숨겨져 있습니다. 창세기 49장 7절에 따르면, 레위 지파의 조상 레위는 아버지 야곱으로부터 “이스라엘 중에서 흩으리로다”라는 저주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그 저주를 복으로 바꾸셨습니다. 레위 지파가 이스라엘 곳곳에 흩어져 살면서 하나님의 임재를 함께 곳곳에 전했습니다. 이렇듯 하나님은 결코 당신의 자녀를 저주하지 않으십니다. 그렇게 들릴 뿐입니다. 그 모든 아픔을 은혜의 도구로 변화시키십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어서 11~12절 함께 읽겠습니다.
11 너희를 위하여 성읍을 도피성으로 정하여 부지중에 살인한 자가 그리로 피하게 하라 12 이는 너희가 복수할 자에게서 도피하는 성을 삼아 살인자가 회중 앞에 서서 판결을 받기까지 죽지 않게 하기 위함이니라
하나님은 레위인이 사는 성읍 중 6곳을 ‘도피성’으로 정하셨습니다. 도피성은 실수로 사람을 죽인 자를 보복자의 손에서 보호합니다. ‘피의 보복’을 끊고 하나님의 은혜를 요새입니다. 하나님께서 이 제도를 그토록 강조하신 이유가 있습니다. 34절에 적힌 데로, 당신이 거하시는 ‘땅’이 피로 더럽혀지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34절).
성경에서 땅은 단순한 자연 지형이나 부동산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머무시는 거룩한 공간입니다. 무분별한 피흘림은 땅을 오염시킵니다. 하나님이 그곳에 더 이상 함께 계실 수 없습니다. 따라서 생명 존중은 곧 하나님의 거룩함을 지키는 일입니다. 주님은 도피성을 통해 비극적인 사고에도 공동체가 생명을 보존하고 거룩함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인간의 연약함이 하나님의 거룩함과 충돌하지 않도록 배려하신, 구체적인 사랑 표현입니다.
이렇게 도피성으로 피한 사람이 완전한 자유를 얻고 집으로 돌아갈 유일한 방법이 있습니다. 28절에 기록된 데로 대제사장이 죽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영원한 대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우리를 대신해 죽으셨습니다. 죄의 결과로 심판 당해야 할 우리가 온전한 자유를 얻었습니다. 예수님은 바로 우리를 위한 영원한 도피성이 되어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함께 읽은 말씀을 통해 삶의 그 어떤 어둠과 죽음도 빛과 생명으로 변화시키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믿고 의지하시길 바랍니다. 자격 없는 죄인인 우리와 함께 하신 구원에 더욱 감사하시길 바랍니다. 동시에 이 시대의 도피성으로 살아가는 부르심에 응답하시길 바랍니다. 폭력에 폭력으로 되갚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 대신 예수님의 사랑을 본받아 더욱 인내와 용서로 품어 안으시길 바랍니다. 그런 우리의 희생과 섬김을 통해 하나님의 다스림이 온전히 펼쳐질 줄 믿습니다.
기도
영원한 사랑의 주 하나님
레위인들의 흩어짐은 본래 조상 야곱의 저주였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당신의 임재를 전하는 복으로 바꾸신 은혜를 말씀으로 확인합니다. 또한 레위인들을 통해 도피성을 세우시고 그곳에 생명의 길을 열어주신 구원을 찬양합니다. 저희도 주님의 평화를 전하는 도피성으로 살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