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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기 21장 “한 사람의 죄, 공동체의 속죄”

2026-08-11
새벽 묵상

2026년 8월 11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신명기 21장 “한 사람의 죄, 공동체의 속죄”, 252장


살인은 하나님께서 무척 분노하시는 끔찍한 죄악입니다. 땅을 피로 더럽히기 때문입니다. 신명기 21장은 범인을 알지 못한 채 살해된 시신을 발견한 경우를 가정합니다. 주님께서는 이런 끔찍한 상황 속에서 이스라엘 공동체가 지켜야 할 율법을 엄중하게 명하셨습니다. 본문에서 우선 주목해야 할 것은 책임과 해결의 주체입니다. 2절 함께 읽겠습니다.


2 너희의 장로들과 재판장들은 나가서 그 피살된 곳의 사방에 있는 성읍의 원근을 잴 것이요


빈 들에서 피살된 시체를 발견되었다면 먼저 장로들과 재판장들이 현장으로 가야합니다. 이 때, “장로”는 각 마을 공동체의 주요 결정에 참여하는 어른을 가리킵니다. “재판장”은 정치지도자입니다. 지역 원로인 장로들과는 달리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는 중앙정치 체제 안에 속하는 사람들입니다. 장로와 재판장 뿐만 아니라, 5절에 보면 이후 진행하는 속죄 의식에 제사장들도 참여합니다.


살해당한 시체를 처리하는 과정에 장로들과 재판장들과 제사장들이 함께 관여한다는 것은 이 비극이 지역 공동체나 중앙정치 혹은 종교 체제 중 어느 한 쪽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려줍니다. 이스라엘 국가 공동체를 이끄는 주요 세력 전부가 해결에 앞장서야 합니다. 더 나아가 그들 모두 억울한 죽음을 미리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 평안의 질서를 이룩해야 합니다.


‘살인’이라는 심각한 중범죄가 아니더라도 사람 사이의 엄중한 문제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가르침입니다. 우선 우리 교회의 의사 결정이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당회만이 아니라 선교회와 부서 등 다양한 의견이 조화를 이루길 바랍니다. 또한 정배리를 비롯한 지역 사회가 처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그렇다면 범인을 알지 못하는 살인 범죄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처리해야 할까요? 7~8절 함께 읽겠습니다.


7 말하기를 우리의 손이 이 피를 흘리지 아니하였고 우리의 눈이 이것을 보지도 못하였나이다 8 여호와여 주께서 속량하신 주의 백성 이스라엘을 사하시고 무죄한 피를 주의 백성 이스라엘 중에 머물러 두지 마옵소서 하면 그 피 흘린 죄가 사함을 받으리니


모세는 살인으로 벌어진 비극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의식을 소개합니다. 이 의식은 시체가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성읍이 책임을 집니다. 그 마을 장로들은 물이 항상 흐르고 갈지도 않고 씨를 뿌린 일도 없는 골짜기로 아직 멍에를 메지 않은 어린 암송아지를 데리고 가 죽여야 합니다. 이 모두는 더러운 죄에 물들지 않은 완벽한 정결을 의미합니다. 


이 때 장로들은 죽은 송아지에 손을 얹고 하나님의 용서를 구합니다. 물론 그들 중 실제 살인자가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죄를 고백하는 까닭은 살인은 단순히 한 사람의 잘못으로 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본문 말씀을 통해 무죄한 사람이 피를 흘리는 것은 곧 그 지역 공동체가 죄악으로 병든 결과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동일한 조건에서 빈민가 아이들이 상류층 아이들보다 범죄율이 훨씬 더 높다는 사실과 그 인과관계를 충분히 잘 아실 겁니다. 그렇다면 살인을 비롯한 각종 흉악한 범죄가 벌어졌을 때 단지 가해자만을 비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물론 당연히 그 죄에 상응하는 형벌은 엄중하게 내려져야 합니다. 하지만 더 나아가 범죄가 벌어지도록 방치 했던 공동체의 무관심과 불의를 두고 철저히 회개해야 합니다. 비록 우리는 살인의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닐지 몰라도 넓은 의미의 방조자, 혹은 동조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성난 군중들 앞에 손을 씻으며 나는 죄가 없노라고 뻔뻔하게 책임을 회피한 빌라도의 잘못을 단호하게 경계해야 합니다. 그 대신 온 인류의 죄를 짊어지시고 죽임 당하신 예수님처럼 평화로운 부활 공동체를 온 세상에 세우기 위해 이 땅 곳곳에서 들려오는 작은 신음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모두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기도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

오늘 주신 말씀을 통해 한 사람의 죄와 불의 뒤에 숨겨진 공동체의 책임과 무관심을 돌아봅니다. 사회와 이웃의 아픔을 외면했던 저희 허물을 십자가의 보혈로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주님께서 피로 사신 이 땅과 교회가 생명과 평화의 공동체로 바로 서기를 원합니다. 눈과 귀를 열어 이웃의 작은 신음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시고, 세상의 모든 죄를 짊어지신 예수님의 사랑과 겸손을 닮아가게 하소서. 정배교회가 이 지역사회 속에서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하며, 생명의 복음을 향기롭게 전하는 거룩한 공동체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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