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31장 “안식을 지키라”
2026년 3월 13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출애굽기 31장 “안식을 지키라” 찬송가 337, 338장
오늘 본문을 묵상하기 전에 지금까지 출애굽기의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집트를 벗어난 이스라엘은 시내산에서 하나님을 만납니다. 주님은 당신의 백성들을 향해 성소와 성막과 제사장에 관한 규정을 설명하십니다. 그들이 평소 일상 가운데 하나님을 만나는 거룩한 통로이기 때문입니다. 회막의 각종 기구를 정교하게 만든 브살렐과 오홀리합에 대한 기록이 출애굽기 31장 11절까지 이어집니다.
그런 다음 성막과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중요한 내용을 하나님은 엄중하게 말씀하십니다. 13절 함께 읽겠습니다.
13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이르기를 너희는 나의 안식일을 지키라 이는 나와 너희 사이에 너희 대대의 표징이니 나는 너희를 거룩하게 하는 여호와인 줄 너희가 알게 함이라
하나님은 이스라엘 자손에게 “나의 안식일을 지키라”고 말씀하십니다. 단순히 그들이 지켜야 할 여러 규칙 중 하나가 아닙니다. 주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표징입니다. 하나님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드러내는 증표입니다. 이러한 안식일을 통해 주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거룩하게 하는 하나님이심을 알려줍니다.
그렇다면 안식일을 지킨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17절 읽겠습니다.
17 이는 나와 이스라엘 자손 사이에 영원한 표징이며 나 여호와가 엿새 동안에 천지를 창조하고 일곱째 날에 일을 마치고 쉬었음이니라 하라
사실상 13절을 반복하는 구절입니다. 종종 설명 드린대로 이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을 읽을 줄 몰랐습니다. 누군가 낭독하는 걸 귀로 듣고 이해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배려하기 위해 중요한 내용을 살짝 바꾸어서 반복해 외쳤습니다. 17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영원한 표징이 안식일이라는 사실을 거듭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이 날 일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바로 주님께서 온 우주를 창조하실 때 육일 동안 일하고 일곱째 날에 쉬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자연스러운 질문이 생깁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왜 휴식을 취하셨을까요? 사람들처럼 피곤하셨기 때문일까요? 기운을 차리려 그러신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안식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창조의 원리를 분명히 선언하기 위함입니다. 마침 지난 수요성경공부 시간에 함께 나누었습니다. 우주라는 성전의 중심에 하나님의 형상으로 사람을 지으셨습니다. 사람은 주님을 대신해 세상을 다스리고 섬겨야 합니다. 이러한 소명에 응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삶의 원칙이 바로 안식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안식을 설명하는 본문의 기록은 무척 냉혹합니다. 안식일에 일을 해서 이날을 더럽힌 사람들을 죽이라고 명령하십니다. 사랑의 하나님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모습입니다.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킵니다. 간략히 설명하면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걸 주의해야 합니다. 매우 강력한 강조법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주님은 당신의 자녀들에게 안식을 강조하실까요?
안식이라는 일상 속 여백이 사라질 때 사람들은 폭력적인 욕망을 향해 맹렬히 내달리기 때문입니다. 안식일 제도가 정착되기 전 힘을 가진 사람들은 약한 사람들을 더욱 가혹하게 착취했습니다. 상대가 적절한 휴식과 쉼이 필요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며 자기들의 이득을 위해 몰아 붙였습니다.
다른 사람을 향한 억압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을 옥죄기도 합니다. 내가 달리고 손을 뻗은 만큼 더 멀리 가고 더 많은 걸 움켜쥘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무모한 열정으로 자기를 무너뜨리며 하나님께서 일하실 공간을 내어주지 못합니다. 그저 자기 능력과 지식만을 믿고 의지할 뿐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안식을 소중히 여기시길 바랍니다. 저주와 형벌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주님 안에서 쉼을 누리고 그분의 뜻을 묵상할 때 우리를 살리는 참된 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그 길 속에 하나님과 관계가 선명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도 더욱 하나님을 신뢰하며 안식의 여백을 이루는 모두가 되시길 축원합니다.
기도
안식의 주 하나님
백성들을 향해 안식을 거듭 명령하신 주님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저마다의 욕망을 따라 굵은 붓으로 인생을 그리는 세상 속에서, 하나님께서 베푸신 쉼을 지키길 다짐합니다. 저희를 향해 주님께서 그려가실 여백을 비우며 살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저희 삶 속에 구체적으로 임하시는 손길을 기대하며 안식의 여정을 이어가길 소망합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