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1장 1~27절 “헤아리시는 하나님”
2026년 5월 6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민수기 1장 “헤아리시는 하나님” 찬송가 310, 312장
오늘부터 함께 민수기를 묵상하겠습니다. “민수기”라는 이 성경의 제목은 한자로 백성의 ‘숫자’를 셌다는 뜻입니다. 오늘 읽은 1장과 26장에 두 번 20세 이상으로 전쟁에 나갈 수 있는 성인 남성의 숫자를 세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민수기의 매우 중요한 주제를 드러내는 기록입니다. 그래서 구약성경을 헬라어로 옮긴 칠십인역에서 ‘숫자를 세다’라는 의미의 제목을 넣었습니다. 그런 전통이 우리가 가진 개역개정성경에도 이어져 내려와 한자말로 ‘민수기’가 되었습니다.
반면에 히브리어로 쓴 구약성경은 각 책의 가장 첫 번째 단어로 이름을 정합니다. 민수기의 경우 <브 미드바르>입니다. “광야에서”라는 뜻입니다. 우연히 가장 먼저 나온 단어로 보기에는 막중한 의미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떠나 가나안으로 향하며 광야에서 겪은 일들이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 즉, 하나님의 백성이 다듬어지고 세워지는 과정들을 기록한 성경입니다. 오늘날 저마다의 광야 여정을 지나는 우리에게도 매우 큰 울림을 안겨주는 말씀입니다.
이러한 민수기의 시작은 앞서 언급했듯이 백성의 숫자를 세는 일입니다. 2~4절 함께 읽겠습니다.
2 너희는 이스라엘 자손의 모든 회중 각 남자의 수를 그들의 종족과 조상의 가문에 따라 그 명수대로 계수할지니 3 이스라엘 중 이십 세 이상으로 싸움에 나갈 만한 모든 자를 너와 아론은 그 진영별로 계수하되 4 각 지파의 각 조상의 가문의 우두머리 한 사람씩을 너희와 함께 하게 하라
평범한 인구 조사가 아닙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단순히 사람들의 머릿수를 센 것이 아니라 3절에 나온 대로 “싸움에 나갈 만한 모든 자” 즉, 군사의 수를 셌습니다. 각 지파와 가문별로 상당한 체계를 갖춘 군사 조직을 구성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더 이상 막 노예 처지에서 벗어난 오합지졸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새롭게 변화시키셨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계수”입니다. 본문에서 반복해 등장합니다. 한자말 그대로 풀면 ‘머릿수를 센다.’는 의미입니다. 학교나 군대 같은 조직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민수기 1장을 읽으면서도 평범하게 지나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하는 히브리어 문장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곧바로 옮기면 “머리를 들라”라는 뜻입니다. 고대 중동에서 머릿수를 셀 때는 그냥 이름만 부르지 않았습니다. 이름을 부르며 각 사람의 존재를 일일이 확인하였습니다. 각자의 인격을 존중하는 과정입니다.
이들이 본래 이집트에서 이름 없이 살던 노예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들은 본래 거대한 제국의 수레바퀴 아래서 존재를 부정당했습니다. 심지어 남자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죽임을 당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들을 구하시고 얼굴을 바라보시며 이름을 부르셨습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사랑으로 존중하셨습니다.
이렇게 광야를 지나는 이스라엘 백성의 얼굴을 들여다 보시고 그 숫자를 헤아린 하나님의 사랑이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함께 하심을 믿으시길 바랍니다. 우리 또한 저마다의 광야를 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노예에서 군사로 변화시키십니다. 그뿐만 아니라 얼굴을 들여다보시고 인격과 존재를 깊이 주목하십니다. 이 모든 은혜로 말미암아 인생 여정을 기쁨으로 걷는 모두가 되시길 축원합니다.
기도
신실하신 주 하나님
광야를 지나는 자녀들과 항상 사랑으로 동행하심을 고백합니다. 이집트에서 노예로 벗어났던 이스라엘을 질서정연한 군사로 변화시키셨듯이, 저희 연약함을 강한 능력으로 새롭게 하실 줄 믿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들여다 보시고 이름을 부르시듯 저희 존재를 주목하시고 은혜로 품어주시옵소서. 인생의 거친 광야를 감사로 지나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