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28장 “맨발의 제사장”
2026년 3월 10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출애굽기 28장 “맨발의 제사장” 찬송가 420, 421장
출애굽기 28장은 제사장이 입는 옷이 어떤지를 설명합니다. 하나님은 제사장이 제사를 드릴 때 반드시 옷을 제대로 갖춰 입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대제사장이 입는 옷은 전부 일곱 가지입니다. 숫자 7은 ‘완전함’을 의미합니다.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이 얼마나 최선을 다해야 하는지 옷의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사장의 옷에 관련한 율법이 무척 까다롭게 많이 적혀있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제사장 의복은 화려한 패션이 아닙니다. 멋지게 꾸며내기 위해 입는 옷이 아닙니다. 반대로 자신을 감추고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는 게 목적입니다. 제사는 하나님의 임재를 구하는 행위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제사장은 자기 모습을 감추고 하나님의 뜻에 맞게 옷을 입어야 합니다. 관련하여
오늘날 목회자들이 예배를 집례할 때 가운을 입는 이유도 이와 비슷합니다. 목사의 권위를 드러내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중세 가톨릭 시대 때 지나치게 화려했던 사제의 의복 대신 검소한 의복으로 바꾼게 시작입니다. 가운을 입지 않고 정장을 입게 되면 자칫 목회자의 정장과 넥타이 등에 시선을 뺏겨 예배에 방해될 수 있습니다.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가운을 안 입는 목사님들의 의도를 충분히 존중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기회에 개혁교회 예배 전통에 따라 예배의 경건을 위해 가운을 입는 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관련해서 주목할 게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제사장 의복에 관해 온갖 규정을 세세하게 정했습니다. 심지어 속옷에 대한 기록까지 있습니다. 그런데 생활하며 꼭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물건에 대한 기록이 없습니다. 바로 신발이나 양말입니다. 제사장은 맨발로 제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만약 멋지게 꾸미려고 했다면 화려하고 멋진 신발을 신었을 겁니다.
하지만 제사장은 굳이 불편하고 초라하게 맨발로 서 있습니다. 매우 역설적이고 의미심장합니다. 사람들 눈에 보기에 몹시 이상합니다. 마치 누군가 창피를 주기 위해 벌을 세운 것과 같은 모습입니다. 발을 제외하고는 다양한 의복과 장식구를 착용하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제사장의 의복이 보여주려는 게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내용입니다. 제사장이 옷에 착용한 각종 보석은 하나님을 경배하기 위함이지 자기를 포장하는게 아님을 분명히 드러내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오늘 본문이 기록하는 제사장 복장 규정은 얼핏 지금 우리와 크게 관련 없어 보입니다. 우리는 성막 대신 교회에 와서, 제사 대신 예배를 드립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합니다.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제사장으로서 사명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으로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이웃과 나라와 세계를 섬길 소명을 받았습니다.
그러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을 지녀야 할까요? 권위를 내세우고 화려하게 꾸미지 말아야 합니다. 자기를 드러내고 과시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대신 주위 사람을 위해 맨발로 서야 합니다. 땅의 거친 질감을 느껴야 합니다. 발 위로 덮쳐오는 열기와 냉기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면서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주님께서 명하신 일들을 순종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몸소 실천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찬란한 영광을 드러내셨습니다. 놀라운 이적을 일으키셨습니다. 권위 있는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시대 가장 낮고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하셨습니다. 죄인들의 친구가 되셨습니다. 온갖 핍박과 고난을 당하셨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벌거벗긴 채 십자가에 달려 숨을 거두셨습니다.
이러한 주님을 본받아 오늘 하루도 맨발의 제사장으로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모두가 되길 축원합니다.
기도
거룩하신 주 하나님
저희를 이 시대의 제사장으로 불러주신 은혜를 높여 찬양합니다. 제사장이 제사를 인도할 때 입을 옷의 상세한 규정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정작 아무런 신발을 신지 않고 있는 제사장의 모습을 확인합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높이면서 나를 드러내지 않고 섬김을 실천하며 살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을 본받아 맨발의 소명을 이루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참고문헌: 김세권 『삶을 이끄는 출애굽기 읽기』(서울: 디사이플, 2018) 290-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