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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애굽기 29장 “주님께 드리는 향기”

2026-03-11
새벽 묵상

2026년 3월 11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출애굽기 29장 “주님께 드리는 향기” 찬송가  213, 214장


오늘 읽은 29장은 제사장을 세우는 절차를 기록합니다. 그 핵심은 아론과 그의 아들들이 드리는 제사입니다. 백성을 위해 제사를 집례하는 그들은 우선 자신들을 위해 제사합니다. 이를 통해 제상의 핵심 의미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 올라가는, 제물을 태운 연기입니다. 25절 다시 한번 더 읽겠습니다.


25 너는 그것을 그들의 손에서 가져다가 제단 위에서 번제물을 더하여 불사르라 이는 여호와 앞에 향기로운 냄새니 곧 여호와께 드리는 화제니라


번제는 제물을 다 태우는 제사입니다. 구약 제사의 가장 기본적인 형식입니다. 번제를 히브리어로 <올라>라고 부릅니다. 흥미롭게 우리말과 비슷하게 “올라가다”라는 뜻을 지닙니다. 제물을 드리는 사람이 성전 제단으로 올라가서 하나님께 제사 드리면, 제물을 태운 연기가 하나님의 코로 올라갑니다. 이것이 번제의 기본적인 의미입니다. 


제사를 드리는 행위보다 그 제사를 주님께서 받는 게 더 중요합니다. 방금 읽은 25절을 보면 제물을 태워서 하나님께 올라가는 부분을 가리키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화제”입니다. 주님께서 향기롭게 맡으시는, 제물을 태운 연기입니다. 정확하게 제물 가운데 불사르는 부분 또는 그것을 태우는 제사 방법을 뜻합니다. 


이를 통해 제물이 구분되는 걸 발견합니다. 제물 중에서 태워서 올라가는,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몫인 ‘화제’가 있고 나머지 제사장과 백성의 몫이 있습니다. 하나님께 드릴 부분을 사람들이 가져가면 안 됩니다. 거룩한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사장은 이를 명심하며 매우 신중하게 주의해야 합니다.


그런데 화목제의 경우 제물에서 태우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제물 드린 사람이 온 가족과 함께 둘러 앉아서 고기를 나눠 먹습니다. 사람들 입장에서 유익이 큽니다. 반면에 모두 타서 연기가 되는 ‘화제’는 눈 앞에 사라집니다. 당장 쓸모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둘 중에, 눈에 보이고 입에 들어가는, 태우지 않고 사람들이 먹는 고기와 다 태워서 눈에 보이지 않는 연기 중 무엇이 중요할까요? 두말할 것 없이 불로 태워진 제물이 압도적으로 중요합니다. 하나님의 코에 향기로 드려지기 때문입니다. 


제사장이 분명히 명심해야 할 제사의 본질입니다. 제사 드리는 백성이 거듭 유념해야 할 진리입니다. 정말 중요한 건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습니다. 당장은 배를 채우는 고기가 좋아 보입니다. 사실 자연스럽습니다. 분명 의미가 있고 그 역시 거룩한 제사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백성은 제사를 통해 더욱 본질적인 가치를 확인합니다. 궁극적으로 주님께서 받으시는 건 보이지 않는 연기입니다.


우리가 예배 가운데 거듭 고백해야 할 복음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당장 눈 앞의 현실을 무시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지극히 자연스런 본능을 억지로 누르라는 말도 아닙니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일을 하고 자녀를 키우고 부모님을 봉양하는 일상의 모든 삶은 거룩하고 아름답습니다. 모두가 눈부신 가치를 지닙니다. 아끼고 돌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눈길이 여기에서만 멈추어서는 안 됩니다. 진정 소중한 것은 보이지 않는 다는 진리를 마음 깊이 고백해야 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품고 때때로 바보같이 져주고 참고 손해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탐욕에 흔들려 맹목적으로 내달리지 않고 미련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는 까닭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몸소 그렇게 하셨습니다. 화려한 왕관이 아닌 십자가를 향해 나아가셨습니다. 죽음을 이기고 다시 사시어 우리를 이 시대를 섬기는 제사장으로 불러주셨습니다.


오늘 하루 맡겨진 소명에 응답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참 진리를 살아내고 전하는 모두가 되길 축원합니다. 



기도

저희 삶을 기뻐 받으시는 하나님

주님께서 제사 중에 기쁨으로 맡으시는 향기는 금세 사라지는 연기입니다. 마찬가지로 진정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음을 고백합니다. 당장 눈 앞의 현실을 넘어, 그 이면에 있는 진리를 고백합니다. 저희 삶이 주님 앞에 온전한 예배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세상을 섬기는 제사장으로서 참된 복음을 그윽한 향기로 전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참고문헌: 김세권, 『삶을 이끄는 출애굽기 읽기』(서울: 디사이플, 2018) 3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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