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 13장 1~30절 “피부를 살피다”
2026년 4월 15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레위기 13장 1~30절 “피부를 살피다” 찬송가 365, 366장
어제 함께 읽은 12장은 산모에 대한 규정을 기록합니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치열한 삶 가운데 건네시는 하나님의 세미한 손길을 발견합니다. 이어지는 레위기 13장은 피부병에 관한 율법입니다. 중동 지방은 물이 부족한데다 오늘날과 달리 위생 여건이 좋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부병은 흔한 질환이었습니다.
동시에 레위기는 피부 질환을 공동체의 거룩함 차원으로 이해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천막을 치고 모여 잇는 진영 안에 발생한 작은 부정함도 거룩하신 하나님과 백성 사이의 관계를 위협하는 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피부병에 관한 레위기 율법을 통해 오늘 우리의 정결함과 부정함에 대해 살펴봐야 합니다.
우선 본문에서 언급하는 ‘나병’에 대해 이해해야 합니다. 2절 함께 읽겠습니다.
2 만일 사람이 그의 피부에 무엇이 돋거나 뾰루지가 나거나 색점이 생겨서 그의 피부에 나병 같은 것이 생기거든 그를 곧 제사장 아론에게나 그의 아들 중 한 제사장에게로 데리고 갈 것이요
레위기에 언급되는 ‘나병’을 흔히 오늘날 ‘한센씨 병’으로 여깁니다. 매우 심각한 오해입니다. 현대 의학으로 진단할 수 있는 특정 질환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당시 의료 상식으로 다 파악할 수 없었던, 악성 피부병을 가리킵니다. 특별히 성경은 이러한 피부 질환의 ‘전염성’보다 ‘의식적 부정함’에 집중합니다. 즉, 피부에 나타난 경고등으로 여겼습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은 당신 백성의 삶이 더욱 정결하도록 주의하길 바랐습니다.
이러한 피부 질환과 관련해 레위기 13장에서 가장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제사장입니다. 제사장은 환자를 고치는 치료자가 아니라, 하나님을 대신하여 상태를 '분별'하고 '선포'하는 존재입니다. 3절 함께 읽겠습니다.
3 제사장은 그 피부의 병을 진찰할지니 환부의 털이 희어졌고 환부가 피부보다 우묵하여졌으면 이는 나병의 환부라 제사장이 그를 진찰하여 그를 부정하다 할 것이요
제사장은 환자의 병든 피부를 신중하게 살핍니다. "환부가 피부보다 깊은지", "그곳의 털이 희거나 누렇게 변했는지"를 세밀하게 관찰합니다. 고대 서아시아에서 흰 털은 생명력의 상실하고 일찍 늙는 것을 의미하는 초자연적 징후로 여겼습니다. 제사장은 이러한 세밀한 진단을 통해 단순히 육체를 보는 게 아닙니다. 그 사람에게 가해진 영적 상태를 진단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제사장의 '인내'입니다. 4~6절을 보면 ‘이레’, 즉 ‘칠일’이라는 기간을 계속 반복해 강조합니다. 진단이 불분명할 때 제사장은 즉시 판결을 내리지 않습니다. 7일씩 두 번에 걸쳐 격리하며 관찰합니다. 고대 근동 맥락에서 '7'은 '완전함'을 상징합니다. 즉, 하나님의 진단은 성급한 정죄가 아닙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한 영혼의 상태를 완전히 파악하여 회복하시려는 사랑의 배려입니다. 제사장은 공동체를 보호함과 동시에, 병든 자가 다시 거룩함으로 돌아오도록 돕는 자비로운 인도자입니다.
이러한 말씀을 통해 크게 두 가지 교훈을 얻게 됩니다. 첫 번째는 영적인 세밀함입니다. 제사장은 피부에 나타난 질환을 유심히 살피며 공동체의 상태를 진단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삶의 사소해 보이는 것들 가운데 자신과 공동체의 병적인 상황을 드러내는 것은 없는 지 주의 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차분한 배려입니다. 제사장은 누군가를 병들었다고 판단하는 것을 신중히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을 가리켜 함부로 정죄하지 않고 사랑으로 품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에 하나님께서 먼저 우리에게 본을 보이셨습니다. 자녀들을 세심하게 보살피시고, 어떤 허물도 사랑으로 품으셨습니다. 그런 주님의 은혜를 마음에 품고 복음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 되길 축원합니다.
기도
거룩하신 주 하나님.
겉모습뿐만 아니라 영혼의 깊은 곳까지 세밀하게 진단하시는 주님의 손길을 느낍니다. 자신의 부정함을 정직하게 시인하게 하옵소서. 작은 죄의 불씨가 공동체를 삼키지 않도록 지켜주시옵소서. 동시에 다른 사람의 겉모습을 보고 함부로 판단하고 정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인내로 돌보는 사명을 신실하게 감당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