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26장 “인구 조사와 제비 뽑기”
2026년 6월 23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민수기 26장 “인구 조사와 제비 뽑기” 찬송가 440, 442장
우리가 함께 묵상하고 있는 “민수기”의 제목은 ‘백성의 숫자를 센 기록’이라는 의미입니다. 민수기의 시작인 1장부터 나오는 매우 중요한 장면입니다. 이러한 인구 조사가 오늘 읽은 26장에서 한 번 더 나옵니다. 이것은 단순한 통계 자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창세기 15장에서 아브라함에게 주셨던 언약, 즉 "네 후손이 하늘의 별과 바다의 모래처럼 많아지리라" 하신 약속이 광야라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여전히 생생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출애굽 직후 실시했던, 민수기 1장에 나오는 인구 조사 결과는 603,550명이었습니다. 그런데 40년이 지나 시행한 2차 조사의 결과는 601,730명입니다. 숫자로는 미세하게 줄어든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기적과 같습니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에서 나온 후 바로 다음 해 가데스 바네아에서 하나님께 반역했습니다. 가나안 정탐꾼들의 보고를 듣고 하나님의 구원을 모독했습니다. 그 결과 주님은 출애굽 첫 번째 세대를 모두 심판하겠다고 선언하셨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광야 여정에도 불구하고 백성의 숫자를 거의 비슷하게 지켜 주셨습니다.
인간의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보여줍니다. 그 어떤 광야의 척박함도 주님의 뜻을 막을 수 없습니다. 때로는 영영 버려진 것 같은 싸늘한 심판을 경험합니다. 그렇지만 주님의 사랑 마저 끝난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구원을 이루고 지켜 가심을 믿으시길 바랍니다.
두 번째 인구 조사는 구체적인 목적이 있습니다. 바로 가나안 땅 분배입니다. 53~55절 함께 읽겠습니다.
53 이 명수대로 땅을 나눠 주어 기업을 삼게 하라 54 수가 많은 자에게는 기업을 많이 줄 것이요 수가 적은 자에게는 기업을 적게 줄 것이니 그들이 계수된 수대로 각기 기업을 주되 55 오직 그 땅을 제비 뽑아 나누어 그들의 조상 지파의 이름을 따라 얻게 할지니라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의 세심한 손길과 배려를 확인합니다. 이스라엘은 머지 않아 가나안 땅에 들어가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따라서 농사 지을 땅을 잘 나누는 게 민족 전체의 운명이 걸린 너무나 중요한 일입니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원칙으로 토지를 분배해야 합니다. 이런 엄중한 상황 속에서 하나님은 ‘인구 비례’와 ‘제비 뽑기’를 절묘하게 조화시키십니다. 땅의 크기는 사람 숫자로, 위치는 제비뽑기로 결정하셨습니다.
우선 54절에 보면 인구 조사 결과에 따라 지파별 땅의 크기를 정하셨습니다. 사람이 많은 지파가 무리하게 좁은 땅에 사는 불편함을 이해하셨습니다. 반대로 사람이 적은 지파가 지나치게 넓은 땅을 받았을 때, 주변 지파의 시기심을 헤아리셨습니다. 그러면서 땅의 위치는 제비뽑기로 정하셨습니다. 사람들의 판단과 필요를 넘어서는 하나님의 주권을 일깨우는 은혜의 장치입니다. 삶의 현실을 충분히 존중하면서도 그것을 뛰어넘는 다스림을 생생하게 펼쳐 보이셨습니다.
우리의 인생과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님은 질서와 균형의 하나님입니다. 자녀들의 일상을 보살피십니다. 연약한 인간이 감당 못 할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으십니다. 고단한 형편을 배려하십니다. 그러면서도 당신의 준엄한 다스림을 펼쳐 보이십니다. 도무지 다 이해할 수 없지만 믿음으로 순종해야 할 사명을 보이십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복음이 그러합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 참 사람으로 오셨습니다. 인간의 연약함을 짊어지셨습니다. 주린 배를 채워주시고 아픈 몸을 고쳐주셨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십자가에 오르시어 당신에게 맡겨진 부르심에 순종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고 따르는 모든 이들에게 저마다의 십자가를 짊어지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 각자를 향한 하나님의 뜻에 귀 기울이시길 바랍니다. 마치 제비뽑기로 받은 마음에 들지 않는 땅처럼, 당황스럽고 불편한 부르심을 묵묵히 순종하시길 바랍니다. 그 모든 인생의 여정을 거쳐 하나님의 아름다운 언약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 믿음으로 새 희망을 열어가는 모두가 되시길 축원합니다.
기도
신실하신 주 하나님
단호한 심판을 선언하셨음에도 백성을 지켜 보호하신 은혜의 손길을 높여 찬양합니다. 인생의 광야 길에서 더욱 주님의 사랑을 신뢰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가나안 땅을 나눌 때에 백성의 숫자를 헤아리시며 동시에 제비를 뽑게 하신 균형과 조화를 깨닫습니다. 일상을 살아가며 동시에 현실을 넘어서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