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22장 “율법의 세심한 손길”
2026년 3월 5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출애굽기 22장 “율법의 세심한 손길” 찬송가 299, 300장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s) 건축가 “미스 판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가 한 말입니다. 오늘 본문에 잘 드러납니다. 며칠간 함께 읽었듯이 시내산에서 하나님께서 임재하시고 말씀을 선언하셨습니다. 거기에는 온 우주를 가득 채욱 하나님의 꿈이 장엄하게 담겨 있습니다.
동시에 하나님은 삶의 구체적인 순간 속에 함께 하십니다. 율법의 위대함이 여기에 있습니다. 뜬구름 잡는 막연한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습니다. 주님의 자녀들이 이루어야 할 도덕성을 강조합니다. 몸에 익혀야 할 삶의 언어를 가르칩니다. 하나님께서 법의 형태로 당신을 드러내십니다. 대표적인 구절을 본문에서 확인합니다. 26~27절 함께 읽겠습니다.
26 네가 만일 이웃의 옷을 전당 잡거든 해가 지기 전에 그에게 돌려보내라 27 그것이 유일한 옷이라 그것이 그의 알몸을 가릴 옷인즉 그가 무엇을 입고 자겠느냐 그가 내게 부르짖으면 내가 들으리니 나는 자비로운 자임이니라
우리는 여기서 “인간의 얼굴을 한 법”을 발견합니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경제 거래를 다루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돈을 빌리고, 담보로 옷을 맡기는 것은 일상적인 모습입니다. 하나님은 이러한 현실적인 경제 활동을 금지하지 않으십니다. 무작정 손해 보고 베풀라고 강요하지 않으십니다. 자연스런 금전 거래를 인정하십니다.
다만 나의 돈을 빌리는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라고 강조합니다. 고대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의 겉옷은 전재산입니다. 지금 우리가 입는 외투를 생각하면 안 됩니다. 외모를 치장하는 패션이 아닙니다. 밤에 잘 때는 싸늘한 광야의 추위를 막아줄 이불 역할을 합니다. 누군가가 겉옷을 맡기면서까지 돈을 빌렸다면 그만큼 가난이 극한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돈을 빌려준 사람은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해가 지기 전에 옷을 돌려주어 밤이슬을 피하게 해 주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언급을 덧붙입니다. 27절 후반부를 새한글 성경으로 읽어 드리겠습니다. “그가 나에게 부르짖으면 내가 들어 줄 것이다. 내가 그를 불쌍히 여기기 때문이다.” 모세를 통해 율법을 선포하신 야훼 하나님은 이 땅에서 멀리 떨어져 관념적으로 존재하는 신이 아닙니다. 당신의 말씀을 순종하는 사람들의 삶 속에 함께 하십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추위에 떨며 밤새 부르짖는 소리에 귀 기울이십니다. 그 고통과 설움을 불쌍히 여기십니다.
이것은 또한 말씀을 받아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소명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가장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돌아보시길 바랍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주님은 자녀들이 하루하루 맞이하는 현실을 존중하십니다. 먹고사는 일과 무관한 고결한 존재로 살수 없습니다. 생을 이어가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여러 거래를 합니다. 그러다보면 때로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고 누군가와 다투기도 합니다. 치졸하고 옹졸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충분히 자연스럽고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하나님의 얼굴을 기억해야 합니다. 나와 마주 보는 사람들 역시 주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존재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들이 겪는 삶의 여러 어려움에 공감해야 합니다. 특히나 마치 옷 한 벌 밖에 없는 것과 같은 지경에 놓인, 가난하고 연약한 이들에게 따뜻한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이 부르짖는 소리에 주님께서 응답하십니다.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하나님께서 주목 하십니다. 이를 명심하며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 속에서 주님의 마음과 뜻을 세심하게 헤아리며 실천하시길 바랍니다. 하나님은 디테일에, 세심한 손길 속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기도
따뜻한 얼굴로 세상을 비추시는 하나님
율법을 선포하시며 가난한 이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를 담으시는 모습을 살펴보았습니다. 온 우주를 지으시고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무궁한 영광이 인생의 단면에 고루 스미고 있음을 믿습니다. 외롭고 아픈 이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그들의 탄식을 들으심을 고백합니다. 주님의 마음을 품고, 저희의 신앙 또한 가장 구체적인 배려와 섬김으로 피어오르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참고문헌: 조너선 색스, 『랍비가 풀어내는 출애굽기』(고양: 한국기독교연구소, 2025) 2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