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 6장 “불이 꺼지지 않도록”
2026년 4월 7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레위기 6장 “불이 꺼지지 않도록” 찬송가 183, 184장
어제 읽은 레위기 5장 후반부에서는 속건제 규정 중에서 자기도 모르게 성물을 더럽힌 죄에 대해 소개합니다. 이어지는 레위기 6장 앞부분은 사회적 범죄를 다룹니다. 위탁물 횡령, 착취, 거짓 맹세 등 이웃의 재산을 침해하는 구체적인 행위들을 나열합니다. 겉모습은 다르지만 오늘날 우리 주위에서도 흔히 벌어지는 범죄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범죄를 가리키는 히브리어는 본래 하나님의 성물을 잘못 건드렸을 때만 사용하는 전문적인 제의 용어입니다. 그런데 왜 이웃 간에 벌어진 갈등을 두고도 이런 신앙 언어를 사용 했을까요? 3, 5절 함께 읽겠습니다.
3 남의 잃은 물건을 줍고도 사실을 부인하여 거짓 맹세하는 등 사람이 이 모든 일 중의 하나라도 행하여 범죄하면
5 그 거짓 맹세한 모든 물건을 돌려보내되 곧 그 본래 물건에 오분의 일을 더하여 돌려보낼 것이니 그 죄가 드러나는 날에 그 임자에게 줄 것이요
두 절에서 ‘거짓 맹세’를 주목해야 합니다. 범죄자가 자기 죄를 덮기 위해 주님의 이름을 걸고 거짓으로 맹세하는 순간, 이 사건은 단순한 절도를 넘어섭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이웃을 상하게 하고 주님을 모독하는 중대한 범죄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주위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고 거짓을 저지를 때, 우리 공동체 가운데 하나님께서 더 이상 머무실 수 없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렇게 6장 7절까지 레위기는 5가지 주요 제사를 가르칩니다. 그런 다음 6장 8절부터 7장까지 다시 한번 제사에 대해 설명합니다. 여기서는 제사장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엄중하게 반복하는 명령이 있습니다. 바로 “제단 위의 불”이 꺼지지 않게 하는 임무입니다. 12~13절 함께 읽겠습니다.
12 제단 위의 불은 항상 피워 꺼지지 않게 할지니 제사장은 아침마다 나무를 그 위에서 태우고 번제물을 그 위에 벌여 놓고 화목제의 기름을 그 위에서 불사를지며 13 불은 끊임이 없이 제단 위에 피워 꺼지지 않게 할지니라
관련해서 레위기 9장 24절 읽어 드리겠습니다.
24 불이 여호와 앞에서 나와 제단 위의 번제물과 기름을 사른지라 온 백성이 이를 보고 소리 지르며 엎드렸더라
제단 위에 있는 불은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피운 불이 아닙니다. 영광 가운데 주님으로부터 나온 거룩한 불입니다. 이 불은 고대 중동의 역사와 문화의 맥락에 따르면 하나님과 공동체 사이의 ‘친교’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즉, 제단의 불은 주님이신 하나님을 모셔 들이는 ‘환대의 빛’입니다.
이 불이 꺼지지 않게 하라는 명령은 본문에서 세 번이나 반복됩니다. 불은 하늘에서 내려온 ‘수동적 은혜’이지만, 그 불을 유지하는 것은 인간의 ‘능동적 책임’입니다. 제사장은 매일 아침 새로운 나무를 공급하며 하나님의 임재를 유지하려 노력해야 했습니다. 우리 마음의 제단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령의 불은 하나님이 주시지만, 기도의 나무를 넣고 그 불꽃을 가꾸는 것은 우리의 영적 성실함에 달려 있습니다. 은혜를 받은 것 못지않게 중요한 건 그 은혜를 ‘유지’하는 책임입니다. 이 시대의 왕 같은 제사장으로 세움 받은 우리의 고귀한 소명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명은 앞서 살펴본 속건제 규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사람들과 관계에 연결됩니다. 즉, 은혜의 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나님께만 매달려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곁에 있는 이들을 향한 정직으로 더욱 건강하게 드러납니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족과 이웃을 사랑으로 돌보시길 바랍니다. 또한 주위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섬김을 통해 성령의 불을 날마다 지펴가는 모두가 되길 축원합니다.
기도
거룩하신 주 하나님
주님의 백성에게 신앙과 삶은 하나로 연결되었음을 레위기 제사법을 통해 거듭 확인합니다. 이웃을 향한 정직이 곧 하나님을 높이는 거룩한 예배임을 깨닫습니다. 하늘로부터 받은 은혜를 가슴에 소중히 품고, 성령의 불을 꺼뜨리지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 오늘 하루도 진실한 사랑에 안기고, 그 사랑을 전하며 살아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