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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위기 5장 “배려와 회복의 제사”

2026-04-06
새벽 묵상

2026년 4월 6일, 정배교회 새벽기도회 설교, 목사 정대진

레위기 5장 “배려와 회복의 제사” 찬송가 290, 292장


고난주간이 끝나고 다시 새벽기도회로 모인 성도님들을 환영하고 축복합니다. 레위기에 기록된 여러 제사 규정은 매우 어렵고 복잡합니다. 오늘날 우리와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내용들입니다. 하지만 그 문자 사이로 하나님의 세밀한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당신의 백성들을 향한 세심한 배려가 녹아 있습니다. 


먼저 11절 함께 읽겠습니다. 


11 만일 그의 손이 산비둘기 두 마리나 집비둘기 두 마리에도 미치지 못하면 그의 범죄로 말미암아 고운 가루 십분의 일 에바를 예물로 가져다가 속죄제물로 드리되 이는 속죄제인즉 그 위에 기름을 붓지 말며 유향을 놓지 말고


하나님께서는 제물을 드릴 형편이 되지 않는 이들을 위해 파격적인 대안을 제시하십니다. 양이나 염소는커녕 비둘기조차 바칠 수 없는 극빈층에게는 ‘고운 가루 십분의 일 에바’를 속죄제물로 받아주십니다. ‘십분의 일 에바’는 약 2리터 정도로, 당시 노동자의 하루치 식량에 불과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매일 먹는 소박한 양식만으로도 용서의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분에 넘치는 과도한 제물을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제물의 값어치로 평가하고 비교하지 않으십니다. 따라서 우리의 가난이나 형편이 하나님께 받는 용서의 ‘문턱’이 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제물이 얼마나 비싼지가 아니라 주님 앞에 나아오는 백성의 떨리는 중심과 믿음을 가장 귀하게 보십니다.


주님은 가루 제물에 비싼 기름이나 유향을 섞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비용을 최소화 해 가난한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시는 세심한 배려입니다. 동시에, 죄를 슬퍼하며 자복하는 속죄제 본연의 의미에 집중하게 하셨습니다. 이렇듯 하나님의 은혜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 있습니다. 이러한 마음을 본받아, 형편이 어려운 이웃이 소외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야 합니다.


다음으로 16절 함께 읽겠습니다. 


16 성물에 대한 잘못을 보상하되 그것에 오분의 일을 더하여 제사장에게 줄 것이요 제사장은 그 속건제의 숫양으로 그를 위하여 속죄한즉 그가 사함을 받으리라


여기에는 속건제 핵심인 ‘배상’ 원리가 나옵니다. 하나님의 성물을 범했거나 이웃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 해야 할 보상입니다. 단순히 마음으로만 미안해해서는 안 됩니다. 제사라는 종교 행위 뒤에 숨지도 말아야 합니다. 피해를 입힌 성물 혹은 이웃 재산의 원래 가치에 ‘5분의 1’ 더해 갚으라고 하십니다. 


이것은 교통범칙금처럼, 잘못을 응징하는 벌금이 아닙니다. 하나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사이에 깨진 관계를 실제로 복구하는 실천입니다. 크게 세 가지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첫째, 누군가의 잘못으로 입은 손해를 보상합니다. 둘째로, 그렇게 함으로써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를 회복합니다. 마지막 셋째로 배상을 통해 가해자가 죄책감을 덜고 공동체로 복귀하도록 기대합니다. 


우리 죄로 인해 가장 큰 상처를 입으신 ‘피해자’는 바로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은 그럼에도 우리에게 먼저 다가와 회복의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복음에 담긴 회복과 치유의 핵심 원리가 바로 여기에 담겨 있습니다. 진정한 예배는 종교 의식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부주의하게 끼친 손해나 상처는 없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우리가 할 수 있는 성의를 표현해야 합니다. 그제야 비로소 우리의 삶과 공동체는 아름답게 회복됩니다.


이렇게 오늘 우리는 속죄제와 속건제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설교를 시작하며 드린 말씀대로 하나님은 제사법 안에 구체적인 숫자를 사용해 백성들이 실천해야 할 내용을 담으셨습니다. 불필요하고 성가신 규칙 같아 보이지만 이 안에는 자녀의 삶을 배려하시고 회복시키는 세심한 뜻이 담겨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당신을 속죄 제물로 내어 드리신 예수님의 사랑을 마음에 품고 오늘 하루의 삶을 따뜻하게 그려가는 모두가 되길 축원합니다.



기도

거룩하신 하나님 아버지,

가난한 자의 가루 한 움큼도 귀히 여기시는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품어 안으시는 세밀한 은혜에 찬양 드립니다. 저희가 지은 허물을 돌아보게 하옵소서. 단순히 용서받는 것으로 만족하는 게 아니라 깨진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책임 있게 실천하는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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